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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제일제당도 못 살렸다…확 식어버린 ‘밀키트’ 시장

| 밀키트 시장 규모 정체 중
| 외식·완제품 간편식에 밀려
| 대기업 밀키트도 축소 단계

CJ제일제당도 못 살렸다…확 식어버린 '밀키트' 시장

원물을 그대로 담은 만큼 기존 간편식보다 맛이 뛰어나고 요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쉽게 만들 수 있어 집밥 트렌드와 함께 고속 성장을 이뤘다. 어느 정도 요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이더라도 만들기 까다로운 해외 요리를 남는 재료 없이 만들 수 있다는 것도 매력 포인트였다.

밀키트 시장의 선두주자는 ‘프레시지’였다. 2018년 200억원대였던 프레시지의 매출은 이듬해 700억원대로 급증했다. 2020년엔 1000억원, 2021년엔 2000억원을 돌파했다. ‘허닭’, ‘테이스티나인’ 등 경쟁사들을 집어삼킨 2022년엔 5000억원을 돌파, 매년 매출이 배 이상 늘었다. 1~2인 가구와 맞벌이 부부 증가는 곧 밀키트 시장 성장의 확고부동한 증거로 인식됐다.

밀키트 시장의 급성장에 CJ제일제당 ‘쿡킷’, hy ‘잇츠온’, GS리테일 ‘심플리쿡’ 등 대기업도 손을 뻗었다. 맛 품질이 따라오지 못한 완제품 간편식을 밀키트가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들도 신선식품 코너를 크게 할애해 밀키트 존을 만들었다.

 

장점이 단점으로

하지만 밀키트의 고속 성장은 엔데믹과 함께 끝났다. 자유롭게 거리를 돌아다닐 수 있게 된 소비자들은 다시 맛집 앞에 줄을 서기 시작했다. 2~3년간 계속됐던 밀키트의 인기는 곧 ‘식상함’으로 이어졌다. 웬만한 밀키트 메뉴를 한 번씩 다 먹어본 소비자들은 금세 지루함을 느꼈다. 메뉴 구성도 ‘거기서 거기’라는 인식이 생겼다.

코로나19 동안 노하우를 축적한 식품 제조사들이 퀄리티 높은 완제품 간편식을 잇따라 내놓은 것도 밀키트 시장의 정체를 불러왔다. 간단하게 요리하는 재미는 ‘귀찮음’으로 바뀌었고 신선한 원재료가 들어 있다는 장점은 ‘보관이 불편하다’는 단점으로 치환됐다.

높은 가격도 발목을 잡았다. 밀키트는 각 원재료를 별도 공급처에서 공급받아 포장하는 방식이다. 한 번에 많은 종류의 원재료를 매입해 제조하는 일반적인 가공식품보다 단가가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간단한 찌개류·반찬류는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일반적인 식재료로 만들기 어려운 해외 음식 수요는 외식업계가 흡수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쌓여왔던 친환경에 대한 관심도 밀키트 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밀키트는 모든 재료가 별도의 비닐이나 플라스틱에 포장되다. 따라서 완성된 메뉴의 양 대비 쓰레기가 많이 나온다. 실제로 한 부대찌개 밀키트 제품의 경우 재료를 각각 담은 플라스틱 포장이 11개, 제품을 담는 플라스틱 트레이와 뚜껑이 각각 1개, 제품 설명이 담긴 종이 1개 등 총 14개의 쓰레기가 나왔다. 이 메뉴는 모든 재료를 한 번에 냄비에 넣고 끓이는 방식이다.

 

발 빼는 기업들

최근 밀키트 시장의 성장세는 예상을 크게 밑돌고 있다. 밀키트 시장의 성장이 한창이던 2021년, 업계에서는 2025년 시장 규모가 7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전망은 4000억원대다. 수십 %를 넘나들던 성장률도 매년 줄어들고 있다. 올해엔 한자릿수 성장이 예상된다.

밀키트 시장에 뛰어든 기업들의 움직임도 예전같지 않다. 업계 선두인 프레시지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38% 줄어들었다. 순손실이 2200억원을 넘었다. 정중교 프레시지 창업자는 지난 4월 대표 자리에서 물러났다. 시장 성장을 전망하고 허닭, 테이스티나인 등 경쟁사를 인수한 게 독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마트에서도 밀키트 매출 성장률이 2022년 상반기 6.7%에서 지난해 상반기 2.1%로 줄었고 올해 들어서는 전년 수준을 유지하는 데 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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