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잠실, 이후광 기자] 최악의 타격 슬럼프에도 감독의 무한 배려 아래 4번타자 자리를 굳건히 지켰던 작년 가을야구를 잊은 것일까. 박병호(38·KT 위즈)는 무엇이 그렇게 불만이었길래 구단에 방출을 요청하는 사태에 이르렀을까.
프로야구 KT 위즈의 베테랑 중심타자 박병호는 지난 주말 구단에 돌연 팀을 떠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25일 수원 키움 히어로즈전 4-2로 앞선 8회말 1사 2루 찬스에서 조용호의 대타로 등장해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는데 경기 종료 후 웨이버 공시를 요청했다. 적은 출전 시간과 좁아진 입지로 고민과 면담을 거듭하던 그가 KT 유니폼을 벗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중략)
이번 사태의 본질은 박병호의 부진에서 출발한다. 박병호는 시즌 초반 꼴찌까지 내려앉은 팀에 보탬이 되지 못했고, 해법을 모색하던 감독은 박병호보다 나은 자원을 찾았다. 감독은 그런 상황에서도 베테랑을 최대한 예우하려고 했지만 팀 성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그를 기다릴 여유가 없었다. 당연한 프로의 섭리이자 수많은 스타플레이어 출신 베테랑들이 그 동안 겪어왔던 프로세스다. 기량이 저하되면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주기 마련이고, 현실을 납득하지 못하면 노력을 통해 건재함을 과시하면 된다.
(중략)
결국 박병호는 자신이 원하던 바를 이뤘다. 프런트에 요청한 웨이버는 성사되지 않았지만 오재일과의 1대1 트레이드를 통해 KT 유니폼을 벗는 데 성공했다. KT는 28일 잠실 두산전을 마친 뒤 “삼성에 내야수 박병호를 보내고, 베테랑 내야수 오재일을 영입하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좌타 거포가 필요한 팀의 상황을 고려해 이번 트레이드를 추진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