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라운드까지 호명되자 텔레비전(TV)을 껐다. 더이상 희망이 없는 것 같았다. 어머니와 함께 컴퓨터를 켰다. 대학 원서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그때, 방에서 몰래 조용히 신인드래프트를 보고 있던 막냇동생이 거실로 나왔다. “엄마, 오빠 이름 나왔어요.”
11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5 KBO 신인드래프트 맨 마지막, 110번째로 불린 그 이름은 성준서(18·경기항공고)였다. 성준서는 쓰리쿼터형 투수로 체격(191㎝, 체중 95㎏)이 좋다. 최고 구속 시속 145㎞ 안팎의 공을 던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 시즌 성적은 11경기 등판, 32⅓이닝 투구, 1승2패 평균자책점 3.66.
엘지 스카우트 평가에는 “쓰리쿼터 팔 스윙으로 공의 움직임이 좋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고 공 끝 힘이 좋아 구속 대비 체감 속도는 더 빠르게 느껴지는 선수”라고 적혀 있다. 사이드암 투수였던 성영재 스카우터의 적극 추천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보통 신인드래프트에서 7라운드 이하는 미래 잠재력을 보고 뽑게 된다.
가까스로 프로행 막차를 탄 성준서는 ‘한겨레’에 “겨울훈련이 부족해 올해 제대로 된 투구를 보여준 적이 없었는데 엘지에서 마지막 순번으로 선택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다행”이라면서 “올해 제 실력의 70%도 제대로 발휘 못했는데, 110번으로 선택된 것은 프로에서 110%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겠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그는 이어 “입단 전까지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해서 ‘이놈 참, 정말 복권이었네!’라는 생각이 들 수 있게 하고 싶다”는 바람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