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6만 명이 보러 온 부산 북항 상어 ‘부캉이’, 바다로 돌아가야 하는 이유
부산 북항 친수공원에 나타나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상어 ‘부캉이’가 다시 바다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인공 수로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무려 11일 동안 머물면서 부산 북항의 뜻밖의 명물이 됐지만, 관계기관은 더 이상 인공 수로에 머무는 것이 부캉이에게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부캉이의 건강에 문제가 생긴 것일까? 현재까지 확인된 상태만 보면 그렇지는 않다. 국립수산과학원이 현장을 조사한 결과 부캉이는 정상적으로 유영하고 호흡하는 등 전반적인 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파악됐다.그럼에도 관계기관이 부캉이를 바다로 돌려보내기로 결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부산 북항에 나타난 2.5m 상어 ‘부캉이’
부산시와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부캉이는 지난 18일 부산 동구 북항 친수공원 인공 수로에서 처음 발견됐다. 몸길이는 약 2.5m로, 국립수산과학원은 무태상어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했다.
도심과 가까운 친수공원에서 대형 상어가 헤엄치는 보기 드문 광경이 펼쳐지면서 부캉이는 순식간에 시민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시민들이 직접 ‘부캉이’라는 이름까지 붙이면서 북항을 대표하는 뜻밖의 스타가 됐다.
하지만 부캉이가 인공 수로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관계기관의 고민도 시작됐다.
현재 건강은 양호하지만 문제는 ‘장기 체류’
국립수산과학원이 부캉이의 상태를 확인한 결과 현재까지 활동성과 호흡 등에서 특별한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먹이 문제 역시 당장 건강 이상으로 연결해 해석할 단계는 아니다.
인공 수로에는 숭어 등 상어가 먹이로 삼을 수 있는 어종이 서식하고 있지만, 부캉이가 발견된 이후 실제로 먹이활동을 하는 모습은 관찰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대형 상어는 일정 기간 먹이를 먹지 않더라도 건강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부캉이가 먹이를 먹는 모습이 관찰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현재 건강이 나빠졌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관계기관이 우려하는 것은 지금 당장의 건강 상태가 아니라 앞으로 체류 기간이 더 길어졌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다.

길이 1.5km 인공 수로, 상어가 계속 살기에는 한계
부캉이가 머물고 있는 북항 친수공원 인공 수로는 길이가 약 1.5km에 이른다. 폭은 약 30~60m이며 수심은 조수 간만의 차이에 따라 약 2.5~4m 수준이다. 사람의 눈으로 보면 상당히 넓은 공간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몸길이가 약 2.5m에 달하는 상어가 자연 상태에서처럼 자유롭게 움직이고 먹이활동을 하며 장기간 생활하기에는 제약이 있을 수 있다.
관계기관 역시 수로의 폭과 수심, 외해로 이어지는 이동 경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부캉이가 자유롭게 이동하거나 먹이활동을 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현재는 정상적으로 움직이고 있더라도 이런 환경에서 장기간 생활할 경우 체력이 점차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부캉이의 건강에 이상이 생긴 뒤 대응하기보다 상태가 양호할 때 자연 해역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9일 동안 56만8800명 방문…부캉이 보러 몰린 시민들
부캉이의 장기 체류와 함께 또 다른 문제도 나타났다. 바로 상어를 보기 위해 몰려든 엄청난 규모의 방문객이다.
부산시설공단이 공식 집계를 시작한 지난 19일부터 27일까지 북항 친수공원을 찾은 방문객은 56만8800명에 달했다. 특히 추석 연휴였던 지난 24일부터 27일까지 나흘 동안에만 무려 48만3000명이 공원을 찾았다.
도심 속 인공 수로에서 상어를 직접 볼 수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 많아지면서 현장 안전 관리의 필요성도 함께 커졌다.
일부 방문객이 부캉이에게 먹이를 던지는 모습이 포착됐고, 수로에 떨어뜨린 휴대전화를 줍기 위해 난간을 넘어가는 사례까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상어의 안전뿐만 아니라 이를 관람하는 시민들의 안전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부캉이 어떻게 바다로 돌려보낼까?
결국 부산시는 부캉이가 스스로 수로를 빠져나가기를 계속 기다리는 대신 29일 오전 10시부터 본격적인 외해 유도 작업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부캉이를 직접 포획해 바다로 옮기는 방식은 선택하지 않았다. 첫 번째 방법은 선박과 워터펌프를 이용하는 것이다. 수로 안쪽에서 워터펌프로 물살을 만들어 부캉이가 물의 흐름을 따라 스스로 외해 방향으로 이동하도록 유도한다.
상어에게 직접적인 물리적 자극을 가하기보다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이동하도록 길을 만들어주는 방식이다. 유도 작업에는 국립수산과학원 관계자도 참여해 부캉이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확인한다. 작업 과정에서 부캉이가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상태에 따라 작업 속도와 방법도 조절할 예정이다.
미국에서는 4m 백상아리도 물줄기로 바다까지 유도
워터펌프를 이용한다는 방법이 다소 생소하게 들릴 수 있지만 비슷한 해외 사례도 있다. 관계기관이 참고한 것은 지난 2004년 미국 매사추세츠에서 있었던 백상아리 구조 사례다.
당시 염습지에 길이 4m 이상의 백상아리가 들어와 약 2주 동안 고립됐고, 관계당국은 물줄기를 이용해 상어가 이동하도록 유도했다. 결국 백상아리는 자연 해역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부산에서도 이 사례 등을 참고해 부캉이에게 직접적인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이동시키는 방법을 우선 시도하는 것이다.

워터펌프 실패하면 그물망 이용해 단계적으로 유도
물론 워터펌프만으로 부캉이가 바다까지 이동한다는 보장은 없다. 만약 첫 번째 방법이 효과를 내지 못할 경우 관계기관은 두 번째 방법으로 그물망을 활용할 계획이다.
인공 수로의 폭과 깊이에 맞춘 그물망을 설치해 부캉이가 다시 수로 안쪽으로 이동하지 못하도록 한 뒤 단계적으로 외해 방향으로 이동하도록 유도한다.
워터펌프를 이용한 외해 유도에 성공하더라도 추가 조치가 검토된다. 부캉이가 다시 인공 수로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수로 입구에 그물망을 설치하는 방안이다.
부산시와 국립수산과학원, 부산항만공사, 부산시설공단을 비롯해 해경과 소방, 경찰, 동구 등 관계기관도 유도 작업에 참여하거나 현장 안전 관리에 나설 예정이다.
유도 작업을 직접 보기 위해 다시 많은 시민이 몰릴 가능성도 있는 만큼 부캉이의 안전과 시민들의 안전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북항 스타’ 부캉이, 이제는 넓은 바다로
11일 동안 부산 북항에 머물며 수많은 시민에게 특별한 장면을 보여준 부캉이 56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찾을 정도로 관심을 받으면서 어느새 부산 북항의 뜻밖의 스타가 됐다.
현재 부캉이의 건강 상태에는 특별한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건강한 상태에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관계기관의 판단이다.
좁은 인공 수로에서 사람들의 구경거리로 계속 남아 있기보다 자유롭게 이동하고 먹이활동을 할 수 있는 원래의 자연 해역으로 돌아가는 것이 부캉이에게는 더 적합한 선택일 수 있다.
선박과 워터펌프를 이용한 첫 번째 작전부터 필요할 경우 그물망을 이용한 단계적인 유도까지 11일 동안 이어진 부캉이의 특별한 ‘부산 북항 체류기’가 이제 마지막 장면을 앞두고 있다.
과연 부캉이는 무사히 인공 수로를 빠져나가 다시 넓은 바다로 돌아갈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