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병4 군인 집단폭행 장면, 실제 사건이 떠오른 이유
9월 8일 방송된 ENA 드라마 ‘신병4’.
외박을 나온 군인들이 학생들에게 집단폭행을 당하는 장면을 보면서 “이거 실제로 있었던 사건 아니야?”라고 생각한 분들도 있을 겁니다.
실제로 약 15년 전 강원도 양구에서 상당히 비슷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2011년 3월 6일 새벽, 외박을 나온 육군 장병 2명이 양구읍 버스터미널 인근에서 고등학생 무리에게 집단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어깨가 부딪혔다는 사소한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폭행으로 인한 피해는 결코 가볍지 않았습니다.
피해 장병 가운데 한 명은 눈 아랫부분이 골절돼 전치 6주의 중상을 입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군 복무 중인 장병들은 왜 폭행을 당하면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을까요?
군인들은 왜 맞으면서도 대응하지 않았을까?
당시 피해 장병들은 경찰 조사에서 평소 부대로부터 외출이나 외박 중 민간인과 불필요한 마찰을 일으키지 말라는 교육을 받아 적극적으로 대항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했습니다.
군인 신분으로 부대 밖에 나온 상황에서 민간인과 문제가 발생할 경우 자신들에게도 불이익이 돌아올 수 있다는 부담이 있었던 겁니다.
결국 장병들은 별다른 저항을 하지 못한 채 폭행을 당했습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군 복무를 하고 있었지만 정작 부대 밖에서는 자신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대응조차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던 당시 상황이 알려지면서 논란도 커졌습니다.
경찰은 사건에 가담한 고등학생 10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그런데 수사 과정에서 또 다른 사실이 확인됩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불과 일주일 전에도 외박 중이던 다른 장병들을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단순히 우발적으로 벌어진 한 번의 사건으로만 보기 어려운 정황이 드러난 겁니다.
반복된 장병 폭행, 결국 외출·외박 통제로
사건이 알려지면서 군 역시 장병 보호를 위한 대응에 나섰습니다.
결국 군은 양구지역 장병들의 외출과 외박을 통제하게 됩니다.
그런데 장병 보호를 위해 내려진 이 조치는 예상하지 못했던 또 다른 문제로 이어졌습니다.
군인들이 밖으로 나오지 않자 지역 상권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시작한 겁니다.
당시 양구는 군부대가 밀집해 있는 지역이었고, 외출·외박 장병과 면회객들이 숙박시설과 음식점, PC방, 택시 등을 이용하면서 지역 상권의 중요한 소비층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장병들의 외출과 외박이 제한되자 자연스럽게 이들을 주요 고객으로 삼았던 지역 상인들의 매출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양구 군인 폭행 사건이 지역 상권 문제로 번진 이유
그런데 여기서 이야기는 단순히 ‘군인들이 나오지 않아 상권이 어려워졌다’는 문제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장병과 면회객들 사이에서 제기됐던 또 다른 불만이 함께 수면 위로 올라왔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른바 ‘군인 바가지요금’ 논란이었습니다.
당시 장병과 면회객들 사이에서는 일부 숙박료와 PC방 이용료, 택시요금 등에 대한 불만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특히 양구지역의 주말 숙박료가 인근 군부대 지역인 인제와 화천, 철원 등에 비해 비싸다는 민원도 제기됐습니다.
지금과 비교하면 당시 병사들이 받던 월급은 매우 적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외출이나 외박을 나온 장병들이 숙박과 이동, 여가생활 등에 적지 않은 돈을 지출해야 한다는 불만이 쌓여 있었던 겁니다.
군인 바가지요금 논란까지 다시 수면 위로
여기서 당시 사건이 단순한 폭행 사건을 넘어 지역사회 문제로 확대된 이유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군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장병의 안전을 보호해야 했습니다.
반면 지역 상인들에게는 외출과 외박을 나온 장병들이 중요한 고객이었습니다.
그리고 장병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소비에 크게 의존하는 지역에서 오히려 높은 가격을 부담하고 있다는 불만이 존재했습니다.
장병 안전과 지역경제, 그리고 군인들을 상대로 한 가격 문제까지 여러 갈등이 한꺼번에 드러난 셈입니다.
결국 폭행 사건 발생 약 열흘 뒤 군과 양구군, 지역 숙박업계 등이 직접 해결책을 논의하게 됩니다.
그리고 외출·외박 통제를 해제하는 대신 숙박료와 PC방 이용료, 택시요금 등 당시 장병들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던 가격을 조정하는 방향으로 합의가 이뤄집니다.
군인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지역 상권에 직접적인 영향이 나타난 뒤에야 군과 지방자치단체, 지역 업계가 함께 해결책 마련에 나선 것입니다.
장병 안전과 지역경제, 무엇이 달라졌나
이 사건이 지금까지 회자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시작은 외박을 나온 군인들을 상대로 한 폭행 사건이었습니다.
하지만 사건 이후 군이 장병 보호를 위해 외출과 외박을 제한하자 군부대 주변 지역경제가 얼마나 장병들의 소비에 의존하고 있었는지가 드러났습니다.
동시에 그동안 장병들이 제기해왔던 지역 물가와 이른바 바가지요금 문제까지 함께 주목받게 됐습니다.
결국 하나의 폭행 사건이 군인들의 외출·외박 문화와 군부대 주변 상권의 관계까지 보여주는 계기가 된 셈입니다.

15년 만에 신병4로 다시 떠오른 양구 사건
그리고 약 15년이 흐른 지금.드라마 ‘신병4’에 외박 나온 군인들이 폭행을 당하고 지역 상권 문제가 연결되는 이야기가 등장하면서 과거 양구에서 벌어졌던 사건을 다시 떠올리는 시청자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드라마의 설정과 실제 사건을 그대로 동일시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과거 실제로 외박 나온 장병들이 폭행을 당했고, 이후 외출·외박 통제와 지역 상권 문제가 불거졌다는 점에서는 당시 사건을 다시 살펴볼 만한 지점이 있습니다.
특히 이 사건은 군부대와 지역사회가 서로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지도 보여줬습니다.
지역 상권에는 군 장병이 중요한 소비자였지만, 동시에 장병들의 안전과 합리적인 소비 환경 역시 함께 보장돼야 했기 때문입니다.
15년 전 외박을 나온 장병들이 집단폭행을 당하면서 시작된 양구 사건.
그리고 장병 보호를 위한 외출·외박 통제가 지역 상권 문제와 이른바 바가지요금 논란으로까지 번졌던 당시 상황.
드라마를 통해 다시 떠오른 이 사건을 여러분은 어떻게 기억하시나요?
그리고 군부대 주변 지역경제와 장병들의 소비가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상황에서, 군인과 지역 상권이 서로 상생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