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장·양동이에 햄스터가 우글…'120마리 유기 사건' 공분

뉴시스

【서울=뉴시스】남빛나라 기자·김가윤 수습기자 = 대림동 한 건물 내에 햄스터 120마리가 집단으로 유기된 사건이 발생했다. 햄스터의 주인인 A(50)씨가 동물 학대가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하는 가운데 사건 전말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7일부터 온라인상엔 "대림역 햄스터 120마리 유기" 라는 제목의 사진이 일파만파로 퍼져 누리꾼들의 분노를 샀다.

햄스터는 무리 활동을 하지 않는 동물인 데다 번식 문제가 있어 "1햄스터 1케이지(사육장)"가 기본 원칙이다. 햄스터는 임신 기간이 17~20일로 짧고 한번에 많으면 10마리까지 새끼를 낳는다. 이 때문에 무분별하게 합사(함께 키우는 것)를 하면 잦은 임신과 출산으로 수가 급격히 불어나고 어미 햄스터의 몸에도 무리가 간다.

이처럼 조심스럽게 키워야 할 햄스터를 이동식 서랍 등에 10여 마리씩 몰아넣고 대량으로 방치한 사진이 공개되자 동물 학대 아니냐는 논란이 거셌다.

사건은 양모(41)씨가 A씨에게 영등포구 대림동 한 건물 내 스튜디오를 빌려주기로 하면서 시작됐다.

매달 140여만 원에 스튜디오를 임차해온 양씨는 가게 운영이 어려워지자 폐업을 결심하고 남은 계약 기간 스튜디오를 쓸 사람을 구했다. 마침 A씨가 본인도 스튜디오를 열고 싶다며 양씨에게 접촉을 해왔다. 양씨는 정식 계약서 없이 임의로 A씨에게 월세를 받고 스튜디오 공간을 빌려주기로 했다.

양씨는 지난 1월 한 달 치 돈을 받고 A씨에게 스튜디오 열쇠를 주며 스튜디오를 맡겼다. 양씨에 따르면 A씨는 이후 약속한 돈을 주지 않고 스튜디오에 사실상 거주해왔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장면은 참다못한 양씨가 스튜디오로 들어간 지난 3일 펼쳐졌다. 100마리가 넘는 햄스터가 이동식 서랍장 등에 우글우글 서식 중이었던 것이다.

양씨는 "서랍장뿐만 아니라 박스, 양동이, 세숫대야, 욕조 등에도 햄스터가 있었다. 마치 바퀴벌레가 바글거리는 것처럼 햄스터들이 바글대고 있는 모습에 놀라서 뒤로 자빠질 뻔했다"며 "평소 사람보다 동물을 더 좋아했는데, 버릴 수도 없고 길가에 풀어놓을 수도 없어서 너무 절망적이었다"고 당시의 충격을 설명했다.

양씨는 도움을 요청하며 햄스터를 사랑하는 모임(햄사모)에 글을 게시했다. 게시물을 보고 경악한 회원들은 양씨와 함께 햄스터 구하기에 나섰다. 구조 당일 A씨가 자물쇠를 부수고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왔지만 경찰에 신고해 내쫓은 뒤 구조 작업을 이어갔다.

애초 A씨가 처음 데려온 햄스터는 7마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햄스터의 속성을 잘 아는 햄사모 회원들은 A씨가 햄스터 수를 늘리기 위해 일부러 한 공간에서 근친 교배를 시켰다고 보고 있다.

햄스터를 생명체로 아끼고 존중하는 사람들 사이에 공분이 확산됐다.

유기된 햄스터들을 집으로 데려가 키우자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햄스터를 양도받은 한 누리꾼이 게시한 글을 보면 병원 진료 결과 햄스터들이 유통기한이 13개월이나 지난 블루베리 아몬드와 오래된 도넛을 먹은 사실이 확인됐다.

햄스터 관련 용품 업체에 재직 중인 곽모(20)씨는 해당 현장에 대해 "베딩(나무톱밥)이 누렇게 변할 정도로 청소 관리가 되지 않았고 작은 서랍에서 이성 간 합사를 했다"며 "사람이 먹는 도넛을 먹인 데다 필수용품인 쳇바퀴, 급수기, 급식기, 은신처 등도 없었다"고 전했다.

햄스터를 키우는 입장에서 이번 사태를 지켜봐 온 권모(29)씨는 "1햄스터 1케이지의 기본 상식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탓에 개체 수가 불어나면 대량으로 버려지는 일이 부지기수"라며 "마트에서 3000~4000원이면 데려올 수 있는 작은 동물이라 쉽게 구하고 쉽게 버리는 경우가 많다. 5월 어린이날을 기점으로 버려지는 햄스터들이 더 많아지는 현상이 이를 잘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양씨는 9일 영등포경찰서에 A씨를 사기죄로 고소했다. 양씨는 퇴거불응죄와 동물학대죄로 A씨를 추가 고소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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