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 뒤 스리랑카戰 5-0 압승
고인 6번 번호 기려 6분 추념
김신욱·송민규·황희찬 ‘펄펄’
손흥민·황의조 등 벤치 대기


한국 축구대표팀 김신욱(가운데)이 9일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스리랑카와의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경기에서 선제골을 넣은 뒤 유상철 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의 등번호와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들고 추모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고양=연합뉴스

한국 축구대표팀이 9일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스리랑카와 치른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경기. 킥오프를 앞두고 백호 줄무늬 유니폼을 입은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결연한 표정으로 그라운드에 나섰다. 이날 상대인 스리랑카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04위로 39위의 한국에 객관적 전력에서 크게 뒤지는 상대다. 이번 예선에서도 5경기 동안 2득점 16실점으로 전패를 기록했다. 긴장할만한 팀은 아니었다.

그래도 선수들은 반드시 좋은 경기를 하겠다는 의지를 눈빛으로 뿜어냈다. 그래야만 했다. 이날 경기는 세상을 떠난 대선배를 기리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유상철 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이 지병인 췌장암을 끝내 이겨내지 못하고 지난 7일 세상을 떠난 소식은 까마득한 후배인 대표 선수들에게도 큰 슬픔이었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날 경기를 유 전 감독을 추모하는 경기로 정하고 킥오프 전 추모 행사와 경기 시작 뒤 6분동안의 추념 시간 등을 가졌고, 후배 선수들은 검은 밴드를 차고 뛰었다. 그리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던 만큼 최선을 다했다.

덕분에 경기는 5-0으로 대승을 거뒀다. 지난 5일 투르크메니스탄전에 선발로 뛰었던 자원 중 남태희를 제외한 10명을 교체하며 ‘플랜B’를 가동했지만 전반 초반부터 공격이 원활히 돌아갔다. 장신 공격수 김신욱이 단신 수비수가 많은 스리랑카 골문 앞에서 상대를 압박했고, 송민규, 황희찬과 이동경 등도 빠른 스피드와 다이내믹한 기술로 침투하며 호시탐탐 골을 노렸다. 수비형 미드필더 손준호, 좌우 풀백 이기제, 김태환과 중앙수비수 박지수, 원두재까지 전진하며 공격에 가세했고, 이 결과 빠르게 첫 골이 터졌다.

전반 14분 손준호가 중원에서 투입한 크로스를 남태희가 머리로 떨어뜨리자 김신욱이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오른발로 골맛을 봤다. 선제골을 터지자 득점을 올린 김신욱을 비롯한 선수들은 유 전 감독의 현역 시절 번호인 6번 유니폼을 들고 경건한 세리머니를 펼쳤다. 관중들도 추모의 박수로 그를 기억하는 시간을 한 번 더 가졌다.

이어 전반에만 두 골이 더 터졌다. 전반 22분에는 송민규의 왼쪽 측면 컷백을 이동경이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자신의 A매치 데뷔골로 연결했다. 전반 42분에는 황희찬이 유도한 페널티킥을 김신욱이 성공시켰다.

후반 들어 한국은 김민재와 권창훈을 투입해 스리랑카를 심리적으로 계속 압박했고, 후반 시작 7분 만에 황희찬이 이 경기 네 번째 득점을 만들어냈다. 여기에 스리랑카는 후반 11분 수비수 아시쿠르 라후만이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하는 악재까지 맞았다. 결국, 또 한골이 나왔다. 후반 26분 A매치에 첫 투입된 19세의 ‘슈퍼루키’ 정상빈이 그라운드를 밟은 뒤 5분만인 후반 31분 이동경의 중거리 슈팅을 재치있게 방향을 바꿔 데뷔전 데뷔골을 터뜨렸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3차 예선 진출을 사실상 결정지었다.

앞서 열린 경기에서 투르크메니스탄에 2-3으로 패한 레바논과 펼치는 13일 2차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많은 실점을 내주며 지지 않는 이상 조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다. 단 1%의 실족 위험도 염두에 두어야 하는 월드컵 예선이지만, 그래도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약간의 실험까지 가미하며 2차 예선 마지막 경기에 나설 수 있게 됐다.

고양=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