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 선정 잡음에 70주년 셋방서 맞게 된 한국은행

이데일리

[이데일리 박민 기자] 내년 ‘창립 70주년"에 맞춰 신사옥 건립 사업을 벌여온 한국은행이 중앙은행으로서의 체면을 구기게 됐다. 시공사 신정 절차를 둘러싼 잡음으로 1년 넘게 첫 삽조차 뜨지 못하면서 창립 70주년인 2020년 신사옥 입주 목표가 물 건너 갔기 때문이다.

13일 찾은 한국은행 서울 남대문로 사옥(별관) 터는 높은 펜스(담장)로 둘러쌓여 있었고, 펜스 안은 적막함만 감돌았다. 지난 2017년 건물을 철거하면서 임·직원들은 인근 삼성생명 본관 건물로 이주한 상태로, 신사옥이 들어설 공간은 철거를 마친채 2년 째 텅 비어 있었다.

앞서 한국은행은 현재 화폐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는 본관을 제외하고 직원들이 쓰던 별관을 통합 재건축하기로 결정하고, 조달청에 ‘통합별관 신축공사" 시공사 선정 입찰을 의뢰했다.

공사 발주기관인 조달청은 한은의 계약요청에 따라 2017년 7월 ‘실시설계 기술제안 방식 입찰"을 적용해 예정가격 2829억원에 공사 입찰 공고를 냈다. 실시설계 기술제안 방식 입찰은 입찰자가 기술제안서를 작성해 입찰서와 함께 제출토록 하는 방식으로, 낙찰자가 설계와 시공을 전담하게 된다.

당시 입찰에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계룡건설이 참여했다. 이들이 써낸 입찰가는 각각 2242억7800만원, 2751억2400만원, 2831억7600만원이었다. 조달청은 3개 사를 대상으로 설계심의를 진행하고 같은 해 12월 가장 높은 금액을 써낸 계룡건설을 낙찰예정자로 선정했다. 이때부터 낙찰자 선정 논란이 일며 착공은 기약 없이 미뤄졌다.

당시 삼성물산은 공사 예정가보다 580억여원 낮은 금액을 제시했지만, 2억원이나 더 비싼 금액을 제시한 계룡건설이 낙찰된 것과 관련해 설계심의 평가방법과 낙찰예정자 선정 절차에 문제가 있다며 작년 1월 국가계약분쟁조정위원회에 이의를 신청했다.

한국은행은 분쟁조정 절차가 진행되자 계룡건설과의 계약협의를 중단했다. 이어 낙찰자 선정과 관련한 조달청의 행정 절차가 해당 법령과 규정에 위배되지 않는지에 대해 기재부에 법령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당시 기재부는 ‘실시설계 기술제안 입찰의 경우 예정가격을 초과해 계약을 체결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정이 없다"고 회신했고, 삼성물산도 그 해 6월 이의신청을 전격 취하하면서 입찰분쟁 조정사건을 종결처리됐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당시 이의신청을 취하한 것은 설계심의 평가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저희 입장은 충분히 전달했다고 판단했고, 더 이상 사업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취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한국은행이 계룡건설과 계약협의를 재개함에 따라 관련 분쟁이 끝나는 듯 했으나, 작년 10월 국회 조달청 국정감사에서 예정가격 초과해 입찰한 업체를 낙찰자로 선정한 것에 대해 지적이 나오면서 논란이 재점화됐다. 특히 기재부는 “실시설계 기술제안 입찰도 예정가격 범위 내에서 낙찰가격이 결정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입장을 번복하면서 논란에 불을 지폈다.

여기에 경실련 등 시민단체에서 입찰 예정가격을 초과한 낙찰은 현행 국가계약법령에 위배된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감사원이 조달청에 대한 공익감사청구를 받아들이면서 통합별관 신축공사"는 무기한 연기에 들어간 것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통합별관 신축공사와 관련한 발주기관인 조달청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진행중이어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감사 결과가 나와야 낙찰 예정자와 본 계약을 체결할 지, 아니면 입찰을 다시 진행할 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애초 2020년 상반기에 공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는데 착공이 지연되면서 2021년으로 완공이 늦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 결과 조달청의 예정가격을 초과한 낙찰자 결정 방식에 문제가 없다고 판명될 경우 한국은행은 계룡건설과 본 계약을 체결하고 곧바로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다. 반면 조달청 전·현직 공무원들과 건설회사간 입찰 비리로 확인될 경우 창립 70주년 위시용 대규모 사업이 공공입찰 비리의 온상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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