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핫이슈] 日징용기업 자산 압류 승인에 한일관계 '시계제로'

뉴시스

【서울=뉴시스】 위안부 및 욱일기 문제, 그리고 레이더 갈등으로 지난해 냉각기로 접어들었던 한일관계가 2019년 새해들어서는 한치 앞도 구분하기 힘든 "시계제로" 상태에 빠졌다.

우리 법원이 지난 8일 일본 전범기업인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의 한국 내 자산에 대한 압류 신청을 승인하면서다.

우리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일본 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첫 판결을 내렸지만, 그간 일본 정부는 이와 관련해 우리 정부에 대응책을 요청하며 전면에 나서지는 않았다.

그러나 신일철주금 자산 압류 승인으로 일본 기업이 금전적 손해를 보게 생기자 아베 정부가 전면에 나섰다. 일본 정부는 지난 9일 이수훈 주일 한국대사를 초치해 항의하는 한편, 같은 날 오후 우리 정부에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한 "외교적 협의"를 요청했다.

"외교적 협의"란 1965년 체결된 한일 청구권협정에 근거한 것으로, 협정 해석과 관련한 양국 간 분쟁은 외교상 경로를 통해 해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협의가 진행되려면 상대국이 응해야 한다. 협정 체결 이후 일본이 우리나라에 협의를 요청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이 협의를 요청한 것은 "협의를 통해 징용 문제를 완만히 해결하겠다"는 의지라기 보다는 징용 문제 해결을 위한 "법적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해석된다. 법적 절차의 첫 단추를 꿴 첫 단추를 꿴 셈이다.

우리 정부는 협의 제의에 대해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답했지만, 협의 수락 여부는 불투명하다. 일본은 과거 우리 정부가 시베리아 억류자 및 위안부 문제 등으로 협의를 요청했을 때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우리 정부가 협의에 응하지 않을 경우, 중재위원회 설치 및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는 등의 대응책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법적 절차 외에 일본 국내의 우리 정부 자산 압류, 한국 제품에 대한 관세인상, 한국 여행객의 비자 부활 등 경제적으로 한국을 압박하기 위한 방안들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이같은 대응책이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협의 및 중재위 설치, ICJ 제소 절차 모두 우리 정부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북한 문제로 한일간 연대가 필요한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에 등을 돌리는 경제 보복 정책을 단행하기란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신일철주금에 대한 자산압류 승인 결정에 우리나라에 대한 일본 여론은 급격히 악화됐다. 일본 정부와 주요 언론은 지난 10일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내용에 날을 세웠다.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 모두 발언에서 한일관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으나, 기자단의 질의응답 시간에 한일 간 여러 현안에 대해 "일본 정치인이 정치쟁점화하고 있는 것은 현명한 태도가 아니다, 일본 정부가 좀 더 겸허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했다. 징용배상 판결에 대해서는 "삼권분립 체제하에서 정부는 사법부의 판단을 훼손해서는 안되며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이 같은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일본 정부 대변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11일 "한국의 책임을 일본에 전가하려는 것"으로 "매우 유감"이라며 불만을 표했다.

마이니치, 아사히, 요미우리, 니혼게이자이 신문 등 일본의 주요 매체들은 일제히 "문 대통령이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해법은 제시하지 않고 일본을 비판했다"며 "지지율이 하락하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일본을 비판했다"는 주장을 폈다. 일본의 과거사를 반성하는 자성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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