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9865eedb316ccbb876b9ba497da2540_1616898

"피겨여제" 김연아의 은퇴 이후 한국은 더 이상 피겨스케이팅 종목에서 확실한 메달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한국 피겨스케이팅 전체 기량은 오히려 김연아 시대 이상이다. 여왕 혼자 힘겹게 지켜왔던 당시와 달리 지금은 여자뿐 아니라 남자 싱글에서도 적지 않은 유망주들이 세계 탑 10권을 넘나들며 기회를 노리고 있는 덕분이다. 그렇기에, 올림픽 출전권 보유 숫자의 의미가 더 커졌다. 티켓을 따낼수록 더 많은 유망주들이 올림픽에서 이변에 도전할 수 있다.

이런 한국 피겨 스케이팅이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남녀 싱글에서 총 네 번의 도전 기회를 갖게 됐다.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2021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에 나선 남녀 선수들이 각각 2장씩의 출전권을 획득한 것. 이중 남자 싱글에 나선 차준환(20·고려대)은 27일 스웨덴 스톡홀름 에릭슨 글로브에서 열린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72.90점, 예술점수(PCS) 82.94점, 감점 1점을 합해 154.84점을 받았다. 차준환은 하루전 쇼트프로그램에서는 91.15점을 기록해 8위에 오른바 있다. 여기에 이날 점수를 더해 종합 10위를 기록했다.

다소 아쉬움이 남았던 연기였다.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 음악인 "더 파이어 위드인(The Fire Within)"에 맞춰 연기에 나선 차준환은 첫 번째 연기 과제인 쿼드러플(4회전) 플립을 포기하고 안정적인 트리플 플립으로 대체해 점프를 뛰었다. 올림픽 출전권을 의식해 고득점 대신 실 수 없는 연기를 지향한 전략이었지만, 아쉽게도 이후 연기에서 실수가 나왔다. 두 번째 점프 과제인 쿼드러플 살코에선 점프 회전수가 모자라 수행점수가 깎였고, 트리플 악셀-더블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에서는 넘어지고 말았다. 그러나 연이은 초반 실수에도 완전히 무너지지 않고 이후 연기를 깔끔하게 해내며 저력을 보여줬다.

덕분에 원했던 결과를 만들어냈다. 이번 대회에서는 한 국가에서 한 명이 출전했을 때는 준우승까지 3장, 3~10위까지 2장의 올림픽 출전권을 준다. 차준환은 10위를 기록해 내년 한국이 내년 올림픽 남자 싱글에 나설 수 있는 티켓을 2장을 따냈다. 이번 성적은 1991년 정성일이 기록한 14위를 뛰어넘어 한국 남자 싱글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기록한 최고성적이기도 하다.

앞서 27일 새벽 열린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는 이해인(16·세화여고)이 124.50점을 기록해 쇼트프로그램 점수 68.94점을 합해 총점 193.44점으로 최종 10위를 기록했다. 쇼트프로그램에서 시니어 데뷔무대임에도 침착한 연기를 펼치며 8위에 올랐던 이해인은 이번 프리스케이팅에서 실수가 있었음에도 끝내 무너지지 않으며 탑10 진입에 성공했다.

함께 나선 김예림(18·수리고)은 프리스케이팅에서 118.15점으로 부진했다. 쇼트프로그램에서 개인 최고 점수인 73.63을 받으며 5위를 기록해 기대감을 키웠지만 두 번째 점프 과제인 더블 악셀-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실패하며 어려움을 겪은 끝에 아쉽게도 11위로 미끄러졌다.

그래도, 한국 여자 싱글 역시 결과를 손에 쥐었다. 두 선수가 세계선수권에 나선 여자 싱글의 경우 순위를 합친 숫자가 13 이하면 베이징 동계올림픽 쿼터 3장, 14∼28 사이일 경우 2장, 28을 넘어가면 1장을 획득한다. 이로써 순위 합계 21로 2장의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는 데에 성공했다.

한편, 이날 남자 싱글에서는 프리스케이팅에서만 5차례의 쿼드러플 점프를 수행한 미국의 "점프 머신" 네이선 첸(22)이 320.88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여자 싱글에서는 안나 셰르바코바(17·러시아)가 233.17점의 총점으로 정상에 올랐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