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發 터키 '리라화' 폭락…유로화도 흔드나

이데일리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미국의 터키 제재가 유럽을 흔드는 ‘나비의 날개짓"이 될까. 10일 외환 시장에서 달러에 대한 유로화 가치가 폭락했다. 터키 리라화 가치 하락이 유로존 은행들의 건전성을 훼손할 것이란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리라화는 올 들어 35% 이상 달러화 대비 가치가 하락했다.

1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ECB 산하 단일은행감독기구(SSM)이 BBVA, 우니크레디트, BNP파리바 등 일부 유로존 은행에 대한 터키 익스포저(위험노출액)에 대해 경고했다. 올해 들어 터키 리라화는 미국 달러화에 비해 33% 급락했고 이날도 3% 이상 하락했다. 이데일리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35분 기준 유로-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 대비 0.66% 하락한 1.1455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두 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SSM은 현 상황을 심각한 수준이라고까지는 보지 않는다. 다만 스페인의 BBVA, 이탈리아의 유니크레디트, 프랑스 파리바 등 터키 영업 비중이 큰 유럽 은행들은 리라화 급락에 따라 건전성에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BBVA는 터키 최대은행인 가란티은행(Garanti Bank)의 지분 절반을 보유하고 있고 유니크레디트는 신용카드사 야피크레디(Yapi Kredi), BNP파리바는 TEP의 지분 72.5%를 보유하고 있다.

ECB가 우려하는 것은 터키 차입자들이 리라화 약세에 대한 환 헤지를 하지 않은 것과 터키 은행권 자산의 4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외화 대출의 디폴트가 시작될 가능성이라고 FT는 전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터키 은행권의 달러화 채무는 2006년 기준 360억달러에서 1480억달러로 크게 늘어났다. 유로화 채무도 1100억달러에 달한다. 스페인 은행권의 터키 익스포저는 833억 달러, 프랑스 은행권의 익스포저는 384억 달러, 이탈리아 은행들의 익스포저는 170억 달러에 달한다. 148억달러 규모의 대출을 가지고 있다.

터키 리라화 폭락은 미국정부와의 갈등이 가장 큰 원인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터키 정부가 쿠데타 지원 협의로 억류한 미국인 목사 앤드루 브런슨을 석방하지 않으면 대규모 경제 제재를 가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1일에는 브런슨 목사 억류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이유로 압둘하미트 굴 터미 법무장관과 술레이만 소일루 내무장관의 미국 내 재산도 동결했다. 결국 터키는 브런슨 목사를 석방했지만 여전히 양국의 관계 개선은 요원하다. 터키는 이란으로부터 원유를 수입하지 말라는 요구를 거부하고 있고 통상갈등도 빚고 있다.

터키 정부는 어떻게든 혼란을 막아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터키 재무부는 당초 다음 달 공개할 예정이었던 중기 경제계획모델을 앞당겨 발표하기로 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2% 밑으로 유지하고 두 자릿 수인 물가상승률을 내년 중 한 자릿수로 낮추는 것이 골자다. 현재 6%에 달하는 경상수지 적자비율도 내년까지 4% 미만으로 낮출 예정이다.

그러나 연이은 리라화 폭락은 이같은 노력의 설득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이미 터키 현지 은행의 경우 상당한 금융건전성 타격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골드만삭스는 “달러 대비 리라 가치가 7.1리라까지 절하될 경우 이에 따른 감가상각이 은행의 지급준비금을 잠식할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현재 달러 대비 리라화 가치는 5.74리라까지 오른 상태이다.

레제프 에드로안 대통령은 “그들(미국)이 달러를 가지고 있다면 우리는 국민과 하나님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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